필자는 2014년 4월11일 서울대 주최 “스코필드박사 추모기념 심포지엄”에 주강사의 한사람으로 초청을 받아 참석 하였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의 기념사, 정운찬 전총리의 스코필드 장학금 수여및 격려사, 이종찬 전국정원장의 “스코필드박사의 독립운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는등 귀중한 자리였습니다.
이와같이 훌륭한 분들이 스코필드박사 기념 심퍼지엄에 참석하는 것은 스코필드가 학자로서 선교사로서 그만큼 훌륭한 분으로 추앙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한국과 카나다 두나라에서 서울대와 온타리오대에서 각각 그의 기념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Dr. Frank Schofield: A Scholar and Missionary, Spreading His Spirits in Guatemala (학자이며 선교사인 스코필드의 정신이 과테말라에서 퍼지고 있다)” 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그 강연 내용의 일부를 정리하여 이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1958-1962년도에 서울 연건동에 있었던 수의과대힉 재학 시절 스코필드 교수로부터 직접 선진 수의병리학(Veterinary Pathology)를 배우면서 동시에 기독교적 박애정신을 배웠다. 그는 곧고 바른 생활을 하면서 정직하고 핑계와 거짓말을 용납 못하는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그와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그가 몸소 실천한 교훈과 정신을 본받게 되었고, 스코필드 박사를 role model로 삼아 과테말라에서 초빙교수로 또한 선교사로서 사역하고 있다.
2013년 10월 서울대 “자랑스런 수의대인”상을 받았는데, 그 상패 내용에는 “저명한 졸업생에게 주는 공로상으로서 귀하는 대학 시절 희생적이고 봉사정신이 높은 스코필드박사를 존경하고 그를 롤모델로 삼아 젊어서는 미국 수의연구소에서 수의전문인으로 봉사하였고 인생 후반기에는 과테말라에서 교수와 수의과 의료선교사로 우수한 업적을 수행하고 있어 상을 줍니다”라고 쓰여 있다. 스코필드 스승께서 제자에게 뿌린 하나님의 박애 정신, 겨자씨가 자라 열매를 맺어 제3국 과테말라에 가서 다시 씨를 뿌리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스코필드박사는 세계적 학자로 캐나다 온타리오 수의과대학에서 은퇴 후 그의 나이 70세에 두 번째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의 마지막 생애 12년을 교수로서, 그리고 자비량 선교사로서 가장 뜻있게 사역하였고, 한국을 기독교적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을 도와 3.1 독립운동의 제 34번째 민족대표로 추앙받았다.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던 그는 한국땅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묻혔다.
당시 목장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젖소와 송아지들을 목야지에서 축사로 불러들여 그 안에서 지내게 하고 사이레지 와 건초를 먹였다. 그런데 대학 주변 목장에서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젖소와 송아지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죽어 가고 있었다.
스코필드는 이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그간 죽은 동물들을 부검하여 조직을 현미경으로 조사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가능성도 검토한 결과, 그 원인이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후 현지 목장을 방문하면서 곰팡이가 오염된 목초인 sweet clover 사일레지를 먹인 소에서만 출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계속 연구한 결과, 그 독소는 바로 사일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오염되면, sweet clover 내에 있던 동물에해가 없는 정상적인 Coumarin이라는 화학물질로부터 독성을 가지는 Dicoumarol이라는 항응고성 화학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진단연구 결과로 인해 많은 소와 송아지의 생명을 구하고 예방하게 되어 낙농업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그 후 Dicoumarol을 연구하여 Waffarin 또는 Coumadin이라는 의약품을 만들어 인의학에도 크게 공헌하게 된다.
Dicoumarol이 발견된 지 9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현재에도 Waffarin은 사람의 혈전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정맥혈전증 등 큰 위험이 있는 환자 또는 둔부나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스코필드의 Dicoumarol 진단과 연구과정은 과학자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넷째, 스코필드는 1958년 대학교수에서 은퇴 후 캐나다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야 할 70세 나이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외국인 교수로서 그리고 선교사로서 인생 마지막 12년을 보내어, 가장 뜻있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당시 연건동에 있었던 수의과대학에는 4개 건물이 있었다. 그중 허술한 목조 건물 안에 병리실험실이 있었다.
도살장에서 금방 수거해온 소의 허파와 심장이 함께 붙어 있고 피가 흐르는 기관(organ)을 당시에는 비닐장갑이 없던 시절이라 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열심히 실험적 병리학을 가르쳐 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아주 정직하고 엄격하여 무서운 호랑이 할아버지로 불렸다. 그의 기독교적 바른 생활, 엄격한 성품, 높은 수준의 교육열, 그리고 교과서 위주가 아닌 체계적이고 체험적인 병리학 수업으로 인해 당시 학생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는 캐나다 온타리오 수의대에서도 명철한 두뇌, 빨리 회전하는 대화와 위트,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날카로운 혀로 받아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 되었다.
당시 한국 대학교육의 질이 일본 교육제도를 본받아 아주 후진적일 때, 세계적인 교수가 그의 선진적이고 실제적인 수의학을 직접 교수와 학생들에게 가르쳐 미개지 한국에서 수의학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 주었다. 미국 유학 시 직접 경험해 보니 한국에서 그로부터 받았던 실질적 병리학은 정말로 훌륭한 강의였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기독교적 박애정신을 배운 것이다. 그는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였고 영어 성경을 가르쳐 선교에 힘썼고, 학생들의 해외유학을 도와 한국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훌륭한 기독교적 지도자를 키우는 인격 교육에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다.
그는 또한 전쟁 고아들을 돌보기도 하였는데, 그 중 서울 뚝섬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봉은보육원에는 80여명의 고아들이 살고 있었다. 그는 고아원 주변의 대지 300여평을 구입, 기증하여 채전과 토끼장을 만들어 채소와 토끼고기를 먹게 하였다. 자급자족하는 자립정신을 가르친 것이다.
그는 수의대생 뿐만 아니라 영어성경지도 등,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박애 정신 겨자씨를 뿌리었다. 겨자씨는 씨앗 중 가장 작은 씨에 속하지만, 일단 땅에 뿌려지면 몇 주만에 4-5m나 되는 큰 나무로 자라게 된다. 작은 겨자씨 안에는 이렇게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력이 내재해 있으며 큰 후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깃들여 살게 하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이웃을 위해 사는 하나님의 박애정신이 깃들고 있는 것이다. 그 작은 복음의 씨앗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큰 성공을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스코필드의 길을 따르고자 노력하며 이를 감사하고 있다. 가난한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하여 미국 수의사가 되어 정부 연구소(Pennsylvania State Veterinary Laboratory)에서 33년간 수의병리연구관(veterinary pathologist)이라는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한 후, 소명을 깨닫고 67세에 은퇴 후 살기 좋은 미국을 뒤로 하고 가난하고 치안이 위험한 제3국 과테말라에 가서 초빙교수로 선교사로 봉사하게 된 것은 모두가 스코필드의 기독교 박애정신의 겨자씨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테말라 산칼로스국립대학에 간단한 동물질병진단연구실(Bovine Mastitis Lab)을 새로 만들어 대학과 낙농지역사회에 가장 선진적인 미국의 veterinary diagnostic pathology에 대한 학문과 기술을 가르치며, 동물질병진단 봉사로 지역 낙농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학생과 교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특히 대학교수 2명에게 기술연수 장학금을 수여, 미국 Langston 대학에서 젖염소 훈련을 받고 돌아오게 하였다. 대학 내 영어성경반을 통한 캠퍼스 선교, 대학과 함께 Goat Extension Program을 만들어 가난한 마야 원주민들에게 젖염소를 무상 분양, 교육시키고 그 마을을 영적, 경제적, 정신적으로 개발하는 교회 개척에도 참여하고 있다.
금년 7월에는 모교 수의대 재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주어 과테말라 현지 실습 및 봉사를 위한 범세계적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스코필드가 한국에서 뿌린 겨자씨는 그의 제자들을 통해 미국으로 과테말라로 건너가 계승되고 증식되고 있다. 그의 정신은 또한 캐나다 온타리오수의대에서도 매년 저명한 과학자가 초청되는 Schofield Memorial Lecture를 통해, 그리고 새로 건립된 Animal Health Laboratory 건물의 The Schofield Room을 통해 기억되고 계승되고 있다 .
스코필드는 한국에 특별한 사명을 가르쳐 주고 있다. 한국은 2010년을 기해 이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격상되었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에서 근대화의 발걸음을 시작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의 정신은 한국을 문화선진국으로 이끄는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며, 젊은이들을 세계로 인도하는 횃불이 될 것이다
김현영 (과테말라 산칼로스 국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