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미주중앙일보 신문 발행일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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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 농촌의 변화에 놀라다
김현영/ 과테말라 산칼로스국립대 초빙교수
유엔 통계에 의하면 인류의 절대빈곤층은 전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2억 명으로 하루 소득 1.25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과테말라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다. 특히 농촌은 전기도 없고,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이 전무하다. 아주 어슬프게 지은 단칸집에서 7~8명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다. 받침돌 세 개를 세우고 그 위에 시커먼 냄비를 올려 놓고 나무로 불을 피워 밥을 해먹고 있다.
필자는 과테말라 산칼로스국립대에서 대학과 공동으로 가난한 원주민 농촌 마을에 젖염소를 나누어 주며 농민들을 교육하고 훈련하여 그들 자신이 젖을 짜 아이들에게 먹여 영양결핍에서 해방케 하고 경제적 도움도 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농촌개발사업은 미국의 기술과 경험보다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더욱 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잘 살 수 있다”는 정신적 개혁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과테말라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과테말라 한국대사이며 경제 전문가이신 이운호 대사를 만나 한국의 새마을운동 기술 전수를 의논했다. 지난 4월 1일 재학생만 10만 명인 산칼로스국립대 초청으로 ‘한국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이란 주제로 이 대사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그 강연에는 총장을 위시해 대학 주요 관계자, 학생, 시장, 언론인, 지역 지도자가 참석했다. 강연에 큰 호응을 보고 새마을운동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성남시 분당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본부(사무총장 조명수)와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새마을세계화재단(대표이사 이지하)을 방문했다.
구미를 찾아갈 때는 3시간 걸리는 시골 직행 버스를 이용했는데 미국의 그레이하운드 버스보다 더 잘 꾸며진 것을 보고 한국의 발전상이 놀라웠다. 창문을 통해 농촌 풍경을 보았다. 46년 전 한국을 떠났기에 그 옛날 풍경은 볼 수 없었고 유럽 농촌을 연상케 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규격화된 풍경으로 너무 많이 변하여 오히려 이질감을 주고 있었다. 소를 앞세워 쟁기를 끄는 모습도, 농부들의 모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개량된 현대식 논은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논둑으로 경계선을 세웠고, 논에는 농수로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물로 채워져 있었다. 트랙터가 농로를 통해 논으로 직접 들어가 벼를 심고 타작하는 모든일을 담당하고 있다.
농가 주택들도 이제는 불필요한 외양간을 생활 공간으로 개조해 깨끗한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드물지만 벽돌로 세워진 아름다운 단독 농가 주택이 홀로 넓은 밭 위에 때로는 흙으로 메운 논 위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현대식 목장 축사와 젖소들이 보이고 축사 옆에는 트랙터로 목초를 베면서 동시에 자동적으로 만든 유럽식 둥근 건초꾸러미(bales)를 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은 하얀 비닐로 씌운 농업용 온실이다. 온실 재배농법으로 사계절 생산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축산가공 제품들과 함께 한국의 식생활 문화를 선진화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농업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6% 선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3% 선으로 모두 농촌이 잘 살고 있다. 과테말라 같은 미개발국은 50% 이상이 농업인구를 차지하지만 농촌이 빈곤하다. 한국의 농촌은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이야기다.
새마을운동은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최빈국에서 2만7000달러로 급성장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으로 지속가능케 하는데 초석이 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은 한국 고유의 값진 지적 자산이 되고 있다(이지하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
한국의 농촌을 선진화시킨 새마을운동은 현재 세계 13개국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92개국 4만7000여 명이 한국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갔다고 한다. 자랑스런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퍼지고 있다. 해외에 사는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