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5/11/03 미주판 19면
[이 아침에] 제3세계의 롤모델 한국
김 현 영 / 과테말라 산칼로스국립대 초빙교수
필자는 과테말라 산칼로스국립대에서 지역사회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농촌에 젖염소를 분양하면서 그곳 교수.학생들과 함께 농민들을 교육.훈련하고 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일생을 먹고 산다는 원리 하에 그들 자신들이 기른 젖염소에서 젖을 짜 아기들의 영양을 채워주고 치즈를 팔아 가정경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여름에는 애틀랜타 KCPC교회의 도움으로 과테말라 팬키쉬라는 가난한 마야 원주민 농촌마을에 젖염소 50마리를 키울 수 있는 공동목장을 건축해 그 마을에 기증하였다. 그 마을에서 제일 크고 번듯한 건물이 서면서 마을이 변하고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기뻐함을 볼 수 있었다.
과테말라는 남한과 비슷한 크기로 인구는 1600만 명이다. 농촌지역은 한 가정에 6~8명씩 자녀를 낳아 50년 전 한국과 같이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다. 과테말라 농촌을 돕기 위해 지난 10월 초 제주도 공동목장마을을 방문하고 며칠간 현지 답사를 하였다.
현재 제주도에는 공동목장마을이 65곳 있다. 공동목장들은 대부분 해발고도 200~600m인 중산간지대에 있다. 목장 조성은 고려 말 몽골에 의해 설치된 탐라목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최대 규모 말목장이 설치되었다. 이 목장들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선총독부 축산정책으로 조합원이 운영하는 마을공동목장으로 전환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목축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는 독특한 자연경관과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기내 안내방송에서도 “유네스코 등재 제주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았다. 제주도는 유엔 산하기구 유네스코로부터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았고 2007년에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리고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의 지속적 보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엔이 지정한 생태계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119개국 631개 지역이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가장 큰 의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전 세계의 관련 지역들과 협력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환경도 보전하고 오로지 농축산활동과 생태적 자연으로부터 여러 가지 혜택을 얻고 거기에서 얻어진 이익으로 다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보전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필자가 직접 방문한 제주도 가시리는 제주의 유엔 생물권보전지역 남동쪽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마을로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225만 평에 이르는 마을공동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광활한 초목지대는 목축을 마을의 대표산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가시리 마을은 1948년에 발생한 4.3사건으로 많은 양민이 학살당하여 온 마을이 황폐화되었던 곳이다. 그러한 마을에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어 근면.자조.협동이라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주거환경 개선 생산소득을 올리며 “잘 살아보자”는 신념으로 생활의식이 변화되어 지붕을 볏짚 대신 슬레이트로 바꾸고 농로를 확장하고 아침이면 빗자루로 길 청소도 열심히 하였다.
2009년부터 신문화공간으로 가시리 마을에 문화센터와 창작센터를 조성하고 공동목장을 활용해 조랑말 체험장과 박물관을 건립.운영하고있다. 이에 따라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2013년에는 공동목장 내 풍력발전기도 새로 건설하였는데 수익금의 일부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적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모범 관광농촌 마을이 되고 있다.
한국은 50년 전만 하여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 속하였는데 이제는 농촌도 모범적인 선진국이 되었다. 그간 쌓은 발전적 체험 기술과 자산을 과테말라를 포함한 제3세계의 롤모델로서 공헌할 때가 되었다. 이번 제주도 방문 현장 체험이 가난한 과테말라 농촌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사역에 접목되기를 바란다.